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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HTS·MTS 전산장애, 왜 증권사는 아직도 대응 못하나

퍼펙트파이프라인 2025. 5. 11. 08:00

최근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토스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만 벌써 수차례 전산장애를 겪었으며, 금융감독원의 경고와 수시검사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HTS·MTS 장애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스템 투자와 통제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 보호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전산장애, 누적되는 투자자 피해

2025년 5월 9일, 토스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14분간 접속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발생한 해외 종목 정보 조회 오류에 이은 두 번째 장애로, 단기간 내 반복 발생한 사례입니다.

 

비슷한 시기인 5월 6일에는 메리츠증권에서 미국 주식 정규장 개장 직후 약 1시간 동안 주문 지연 문제가 발생했으며,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초 이틀 연속 국내 주식 주문 체결 지연으로 대규모 항의를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상황을 중대 문제로 간주하고, 주요 증권사 CIO를 긴급 소집해 시스템 통제 강화를 촉구했으며, 5월 7일부터는 키움증권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했습니다.


투자환경은 고도화, 시스템은 구시대

문제의 본질은 ‘거래량 증가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 인프라’에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인 투자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해외 주식 거래 확대, 대체거래소(ATS) 출범 등으로 시장은 고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증권사는 전산 인프라를 단순한 비용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인색한 상황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의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은 올해 1분기 30건으로, 전분기 대비 2.3배 증가했습니다.

 

한편 2020년 5,383억 원이던 전산운용비는 2024년 말 기준 9,272억 원으로 약 1.7배 증가했지만, 시스템 안정성은 투자자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병목현상'이라는 설명의 무책임성

키움증권은 장애 원인으로 ‘주문 폭주에 따른 서버 병목현상’을 설명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서버 병목현상’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기술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는 명확한 설명 없이 "원인을 조사 중"이라거나 "시스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단타매매나 특정 시점에 민감한 전략을 쓰는 투자자일수록 전산장애는 심각한 손실 요인이 되며, 반복된 장애는 결국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한 국내 시스템의 취약성

해외 주요 증권사들은 예측 가능한 트래픽 증가나 신규 기능 도입 시, 철저한 사전 부하 테스트와 비상 대응 프로토콜을 운영합니다. 특히 미국 증권사들은 AWS, 구글 클라우드 등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거래량 폭주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증권사 중 상당수는 자체 서버 기반의 폐쇄적인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상 대응 시나리오나 자동 트래픽 분산 체계도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발생한 토스증권의 거래량 급증 장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전환이 늦어진 탓"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금감원과의 ‘간극’…왜 실효성 있는 개선이 어려운가

금감원은 반복된 전산장애 이후 ‘시스템 통제 강화’를 명령했지만, 이 명령이 실제 기업 내부에서 실행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 단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단기 실적과 비용 효율을 우선시하며, IT 부문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는 경영진의 인식 부족, 기술 내재화 지연, 외주 의존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산 장애는 곧 고객 신뢰 손실로 이어진다”며 “기술 투자를 단순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자산’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보상과 기준의 부재

장애 발생 시 증권사는 개별 투자자와 보상 협의를 하거나 ‘주문 시간과 체결 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보상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장애 직전의 시장 상황, 대기 중이던 주문 조건 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불만이 끊이지 않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거래 중단 시의 공정한 기준 마련, 즉시 공지 시스템, 자동 대체 매매 체계 등의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론: 전산 안정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HTS와 MTS의 안정성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금융 인프라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며, 그 안정성이 무너지면 자본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금융당국은 이제 단순한 경고를 넘어서 실효적 제재와 기술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증권사들도 시스템 안정성을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문화 전환이 시급합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여전히 “오류 이유를 모른다”는 말이 반복되는 시장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왜 오류가 났는지”가 아니라 “왜 대비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최신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